환경적 트라우마에서 조숙한 구조적 형태가 이루어진다는 내용으로부터 우리는 경계선 성격과 자기애성 성격의 차이점을 좀더 명확하게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적어도 일정수준에서, 경계선 성격장애는 위니컷이 설명한 바와 같이 'good enough' 한 엄마 기능의 실패라는 환경적 트라우마에서 비롯된다고 믿어지고 있다. 우리가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특성으로 떠올리게 되는 정서에 대한 자기애적 방어라는 것 역시도 경계선 환자들의 방어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만 한다. 우리는 Robert Knight (1954) 가 사용한 은유적 표현을 여기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것으로 보인다. 원래 이것은 프로이트가 표현한 것으로, 특정 인격의 방어적 구조들은 군대에서의 부대들과 유사하다.

군대의 방어들은 불툭 튀어나온 형태로 드러날 수 있다: 부대들은 전방의 위치를 방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다 주력군은 후방에 있는 것이다. 이 은유의 핵심은 바로, 인격의 부분을 이루는 자아의 발달정지와 퇴행은 매우 돌출되어 보인다는 것이며, 병리학적 기준으로는 다양한 색깔을 띄고 있는 방어체계는 바로 주력군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어야 한다.(see Gedo & Goldberg, 1973)

그러므로 우리가 자기애적 성격장애라고 단정짓기 쉬운, 조숙한 자기의 내재화는 경계선 성격장애의 일면일 수 있으나, 주력군이 주둔하고 있는 장소는 아니다. 자기애적 성격장애 환자와는 대조적으로, 경계선 환자들은 극렬한 대상에 대한 허기를 드러낸다. 이들은 대상과 애정을 추구하고 소통하고자하며, 이에 따라서, 분석가에게서 올라오는 역전이 정서 역시도 강렬하다. 경계선 환자들은 자기-충족적인 망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대신에 이들은 분석가라는 인물에 자신과 위험한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대상의 질감을 투자하므로, 세상에서 자신이 안전하게 존재하는가는 치료자의 존재에 달려있는 것이 된다. (Modell, 1968).

이에 따라, 치료자는 환자가 환경과의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며, 치료자는 환자가 현실에서 느끼는 격노(rage)의 대상이 된다. 이 점이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들과의 분석의 첫번째 단계에서 경험하게 되는 정서적 차단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정서들은 이러한 차이점을 판별하여 진단하는데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Modell, 1973)경계선 상태에서의 격렬한 정서들과 자기애적 성격장애에서의 관계하지 않음의 차이는 자아구조의 차이들을 반영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추가적 연구들이 필요하다.

구조적 차이점은 Gitelson's (1962) 이 말한 '열려있음' 과 '닫혀 있는' 시스템의 차이로도 묘사될 수 있겠다. Gitelson은 다음과 같이 안나 프로이트의 말을 인용한다 : ' 유아와 아이는 우리에게 "닫힌 시스템" 을 보여주지 않으며, 그러므로 생물학적 합리성이나 자아의 통합기능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는환경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어린아이들에게서 가질수 있는 목적은 이들이 분석가를 새로운 대상으로서 사용하는 것을 통해 발달의 2차적 수준까지 올라가게 하는데에 있다.'

Gitelson 은 '여기서 우리는 "발달의 2차적 수준"이 환경에 대해서 비교적 더 큰 자율성을 획득하는 "닫힌 시스템"을 지향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자기애적 성격장애와 경계선 성격장애의 구조적 차이점은 전자는 일정 수준의 2차적 수준을 성취하고 우리에게 닫힌 시스템을 보여주지만, 반면에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는 보다 퇴행적인 열린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위니컷이 말한바와 같이, 우리는 경계선 성격장애는 생애의 첫째, 둘째 해에 벌어진 모성적 환경의 실패, 즉 다시 말하자면 'good enough' 한 엄마의 기능적 실패에서 온다(Winnicott, 1960)고 생각한다. 이러한 대상관계의 상대적 실패는 정상적 동일시 과정의 실패, 즉 무엇인가를 들여오는 것의 실패로 이어지는데 특히 전-오이디푸스적 엄마와의 동일시의 실패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인간환경으로부터의 상대적 자율성은 성취되지 않으며 그리하여 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허기는 사람과 위험한 환경 사이에 대상이 존재한다는 망상과 더불어 지속된다. 이것이 동일시가 성취되기 전에 엄마를 집행적 기능으로서 사용하는 어린 아이를 표현하는 내용이다.

아마도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잉태시킨 환경적 트라우마는 경계선 인격장애를 유발한 트라우마에 비해서는 덜 위중한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엄마- 아이 관계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은 매우 미묘한 것일 수 있다. 전에도 언급하였듯이, 엄마는 곁에 존재한다는 의미로서는 신뢰할만한 존재이지만, 엄마의 판단은 혼란스러울 수 있으며 엄마는 아이의 분리됨과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유형의 트라우마는 때이르며 연약한 자기감의 발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언급하였다. 경계선 환자들과 비교할 때 여기에서는 무엇인가가 (내면으로) 들여져 왔다. 때이른 자율성은 전- 오이디푸스적 엄마와의 원시적 동일시로 묘사될 수 있는 것들에 기초한다. 이는 마치 아이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과도 같다; '나는 내 엄마를 믿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나는 나 스스로에게 더 나은 엄마가 되어주리라.' 그러나 이러한 내재화는 본능적 욕구가 승화되지 않으며 동시에 진정한 자율성도 성취되지 않는다. 밀접한 대상과의 유대감을 방어하기 위한 정서적 차단(block)은 이러한 구조적 변형을 수반한다. 만약 대상의 침입을 허용한다면 취약한 자기가 붕괴되고 말것이라는 공포가 있다. 더욱이, 대상으로부터의 진정한 자율성은 유아적 의존이 계속되기 때문에 성취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관계하지 않음의 역설이 나타나는데, 이는 분석과정에서 분석가에 대한 어마어마한 관여됨의 느낌이다. 정서적 차단은 자기와 외부세계와의 관계에서 심대한 장애를 의미한다. 이것은 망상적인 자기- 충족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정서를 나누고 의사소통하는 것은 대상 추구의 행위이다. 자기- 충족의 망상을 통해서 개인은 대상에 정서적으로 가까워진다는 공포를 제거할 수 있으며, 그리하여 환자는 대상에 대한 어떠한 본능적 욕구도 부인한다.

...(후략)

- 출처: Anold H. Model / ' A Narcissistic Defence Against Affects and the Illusion of Self-Sufficiency'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