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임상적 경험에서, 많은 경우에 사람들의 우울증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다. 정서적 트라우마는 한 사람의 심리적 균형을 깨트릴 만큼 압도적인 것이다. 트라우마는 정서적, 심체적 혹은 성적인 학대를 경험하거나 혹은 그러한 학대를 목격하는 것과 관련되어진다. 전쟁, 강간, 살인, 교통사고 그리고 병원에서의 수술과 같은 경험 역시도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단일 사건이나 혹은 반복적인 경험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정서적/ 언어적인 공격들 또한 트라우마로 연결될 수 있다. 정서적 충격을 주는 여러가지 상실들 역시도 트라우마를 유발시킬 수 있다.

트라우마는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한 가지는 믿음을 변화시킨디. 트라우마로 인해서 변화된 믿음들 - 예를 들어 “나는 결코 안전하지 않아”, “나는 사랑받지 못해.”, “나는 괴물이야!”, “사랑은 위험한 것이야”, “난 실패작이야”,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와 같은 생각들- 은 사람들의 정서에 영향을 끼치고 우울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때로는 사람들의 믿음은 ‘트라우마가 일어나던 그 순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겨난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라는 인식은 전신마취하에서 집도되는 수술을 경험할 때에는 참이다.(무의식적으로 기억되는 생각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트라우마적인 경험을 통해서 생겨나는 믿음들은 그 경험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 없이 계속해서 기억된다. 그러므로 나는 “그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가 “나는 항상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로 될 수 있다. 이렇게 숨어있는 믿음들은 우울증과 무력감에 끊임없이 영향력을 주게 된다. 만약 이러한 사람이 자신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정서에 대해서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면, 이 사람은 무력한 정서를 평생에 걸쳐서 지니고 있게 될 것이다. 트라우마란 바로 일정 시점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개인의 믿음과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깊게 박혀버리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스스로 창조해 날 힘이 없다고 믿게될 때 우울해진다.

“나는 겁쟁이다.”

트라우마와 연계된 믿음은 한 개인의 인격을 형성하는 부분이 될 수 있는데, 특히 트라우마가 어린 시절에 일어났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트라우마와 관련된 믿음은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에 대항하기 위한 각각의 방법을 만들어내는데 이 방법들은 개인의 인격속으로 녹아든다.

예를 들면, 아이가 자기 엄마가 강도를 당하는 모습을 보았고 강도가 떠날 때까지 공포에 떨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면, 아마도 아이의 마음 속에는 “나는 겁쟁이야.”라는 생각이 생겼을 것이다.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이는 자신이 겁쟁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고통스럽게 때문에 자신이 겁쟁이가 아니라 용감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 할 것이다: 괜히 싸움을 걸고 리스크가 큰 일들을 하게된다. 이러한 행동들을 함으로서 “나는 겁쟁이야”라는 믿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고통을 피하고 자신감과 기분 좋은 희열을 가지게 된다. 희열감을 느끼고 수치심을 피하려는 욕구들에, 자신이 겁쟁이라는 신념들이 더해져서 이 아이는 계속해서 리스크가 큰 일들에 빠져들게 된다.

아이는 새로운 리스크를 찾아다니게 되고, 자신에 대한 다른 정체성을 만드려고 한다. 위험한 행동들로 인해서 여러가지 말썽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주위 또래에게서는 기피당하게 된다. 결국 학교에서는 골치덩이가 되고 껄렁한 아이라는 정체성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 정체성은 아이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 트라우마와 여기에서 나온 믿음은 아이가 내리는 모든 결정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을 하고, 어디에서 살고, 누구와 친구가 되는지 등등.

아이가 자신이 약하고 겁을 먹었다고 느끼는 상황에서도, 녀석은 자신이 “겁쟁이”로 보일수도 있다는 두려움때문에 자신의 정서를 드러내려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또 다른 트라우마를 경험하더라도, 아이는 자신의 연약한 정서는 표현할 수가 없는데, 이 때문에 아이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고, 또 다른 트라우마가 자신의 인생을 망치게 만들어 버린다. 자신이 약하다, 겁먹었다 혹은 슬프다 는 느낌이 밀려오면 아이는 마약이나 술 등에 빠져들어 자신이 약하다는 정서를 억누르고 자신의 약한 자존감을 다시 회복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이 아이는 몇몇 시점에서, 예를 들어 자신의 친구가 마약과다사용으로 죽는다거나 애인이 자신을 떠나간다거나 혹은 자신이 감옥에 갇히게 되었을 때, 자신이 우울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우울증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일은 복잡하게 된다. 아마도 자신은 최근에 일어난 안좋은 일때문에 우울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자신이 꾸준하게 사용해온 술과 마약 때문일 수도 있으며, 자신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전부 발휘하지 못하는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수년동안 품어왔던 자기-혐오의 정서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어머니가 무력하게 강도당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던 그 시점에서 우울증은 시작되었다. 이 사실이 밝혀지고, 자신은 결코 겁쟁이가 아니었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그 때에 꼼짝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면,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그는 이제는 더 자연스럽게 자신에 대해서 다시 알게 되고 더 나은 결정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모든 인생이 자신의 트라우마 자체와 트라우마에 반응하는 방식에 기초하여 만들어져왔기 때문에, 그의 인생의 모든 측면들과 자기-이미지(겁쟁이)들은 궁극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나는 쓸모가 없어”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른에서 성적인 학대를 받은 아이를 상상해보자. 이 아이는 자신이 입은 트라우마로 인해서 “나는 성인들에게 성적인 만족을 주는 것 외에는 다른 쓸모가 없어”라고 믿어버리게 될 지도 모른다. 이 아이가 자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성적으로 쉽게 허용해버리고 마는 아이가 되어버릴 수 있으며, 이는 자신이 쓸모 없다는 느낌에서부터 비롯되는 고통을 일시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쉽게 성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은 이 아이의 인격과 정체성를 이루는 부분이 될 것이며, 이는 이 아이가 어린 시절에 성적인 학대를 받지 않았다면 아마도 다른 인격과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트라우마에 맞서는 방법이 더 이상 소용이 없게 될 때 , 우울해질 것이다. 이 아이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최근에 바뀌었던 부분에 대해서 우울감을 느끼게 될 것이나, 궁극적으로는 원래의 트라우마에서부터 우울감은 시작되는 것이며, 이 트라우마에 대응하려고 사용하였던 미성숙한 방식에서부터 우울감은 시작된 것이다.

앞서 여러가지 경우에서 살펴보았듯이, 개인에게 우울감은 여러가지 복잡한 경로를 통해서 발생하게 된다. 때로는 트라우마는 우울증의 원인이 되지 않기도 하나, 대부분의 경우 트라우마는 우울증의 근원에 자리잡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 출처: Cynthia W. Lubow/ goodtherapy.org